"과도한 긴축 원하지 않아" 속도조절 예고한 Fed 파월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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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과도한 긴축(over-tightening)은 원하지 않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이끄는 제롬 파월 의장이 30일(현지시간)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속도 조절 방침을 재확인한 배경에는 자칫 과도한 긴축이 불필요한 경기침체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경계감이 존재한다. 올 들어 기준금리를 무려 3.75%포인트 끌어올린 만큼, 이제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고 누적된 긴축이 경제와 인플레이션에 미칠 여파를 자세히 들여봐야 할 타이밍이라는 판단이다.
Fed가 같은 날 공개한 베이지북에는 최근 다수 지역에서 경제활동이 둔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담겼다. 경제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기업들의 비관론도 한층 높아졌다.
◇속도조절 예고한 파월
파월 의장이 이날 브루킹스연구소 연설에서 내놓은 메시지는 이례적인 4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결정했던 지난 11월 FOMC 직후 기자회견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르면 12월부터 금리 인상 속도는 낮추되, 더 오랜 기간, 더 높은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올리겠다는 것이다.
다만 파월 의장은 "물가 안정까지 갈 길이 멀다"면서 시장에서 기대하는 피봇(pivot·정책 전환)엔 선을 그었다. 그는 최근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둔화 조짐을 보인 것과 관련해서도 "한번 떨어졌다고 해서 영구적인 하락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금 상승률이 인플레이션을 잡기에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노동시장 과열이 식지 않은 한 긴축을 논의할 시점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최종금리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파월 의장의 발언은 당장 12월 점도표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시장에서 기대하는 피봇 기대를 제어할 수 있다. 앞서 9월 공개된 점도표에서 내년 최종금리 전망은 4.5~4.75%(중앙값 4.6%)였다. 현재 월스트리트에서는 5%대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날 파월 의장은 올해 들어서만 기준금리를 무려 3.75%포인트 끌어올린 Fed의 결정에 대해 "빠르게 행동한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다만 "과도한 긴축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며 연착륙이 여전히 달성 가능하다고 믿고 싶다고도 전했다. 이러한 발언은 그만큼 연착륙이 어려워졌음을 Fed가 인정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는 Fed의 고강도 긴축이 강달러를 부추겨 세계 경제에 여파를 미치고 있다는 지적에는 "미국과 세계 경제를 위해 빨리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는 것이 좋다"고 일축했다.
같은 날 리사 쿡 Fed 이사 역시 "Fed가 조만간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야 한다"면서도 인플레이션 상황에 따라 제약적 수준의 금리를 얼마나 유지할지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그간 Fed가 강조해온 데이터 기반의 정책 운용과 맥락을 같이한다. 오는 2일 고용보고서, 13일 11월 CPI 등이 Fed가 주시하는 주요 지표다.
◇베이지북 "일부 지역 성장 둔화"
Fed가 같은 날 공개한 경기동향보고서 베이지북에도 누적된 긴축으로 인해 최근 경제활동이 둔화하고 있다는 신호가 잡혔다. 이번 베이지북은 10월 중순부터 11월23일까지 Fed 내 12개 연방준비은행(연은) 관할 구역의 경기 흐름을 평가한 것이다. 12월13~14일 열리는 FOMC 정례회의의 기초자료로도 활용된다.
베이지북에 따르면 이 기간 미국 내 경제활동은 ‘보합 또는 약간 확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직전 베이지북에서 확인된 ‘완만한 성장’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5개 지역은 ‘약간’ 또는 ‘완만한 성장’을 기록했으나, 나머지 7개 지역은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소폭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베이지북은 "금리,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경제 활동에 부담을 주고 있다"면서 "많은 기업들이 더 큰 불안, 비관론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공급망 개선, 수요 약화 등의 여파로 물가상승 폭은 전반적으로 둔화했다. 목재, 철강 등 일부 상품 가격의 경우 하락세를 나타냈다. 다만 베이지북은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높은 수준에서 천천히 내려올 것"이라며 당분간 고물가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고용 시장은 대부분 지역에서 완만한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2개 지역에서는 수요가 약화했다는 것이 확인됐다. 기술, 금융, 부동산 등을 중심으로 정리해고 사례도 나타났다.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기업들은 늘어났다. 베이지북은 많은 기업들이 연말 경제 전망에 관해 "불확실성이 증대했다" "비관론이 커졌다"고 우려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