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블랙먼데이 없었다...금리동결 기대에 나스닥 홀로 상승

[출처]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277/0005230233?sid=101

블랙먼데이는 없었다.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월요일인 13일(현지시간)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의 후폭풍을 주시하며 변동성을 보인 끝에 보합권에서 혼조 마감했다. 이번 사태가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강도 긴축을 멈춰 세울 수 있다는 관측이 확산하며 3대 지수 중 금리에 민감한 나스닥지수는 홀로 오름세를 보였다. 투자자들의 경계감 속에 안전자산인 금과 국채 가격은 급등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90.50포인트(0.28%) 낮은 3만1819.14에 거래를 마쳤다. 5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5.83포인트(0.15%) 하락한 3855.76을 기록했다. 반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49.96포인트(0.45%) 상승한 1만1188.84에 장을 마감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금융 리스크를 둘러싼 우려 속에서 일제히 하락 출발한 뉴욕증시는 미 행정부의 대처에 힘입어 일부 상승 전환했다가 또다시 하락세로 돌아서는 등 롤러코스터를 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개장 전 연설을 통해 "지난 며칠간 신속한 조치 덕분에 미국인들은 은행 시스템이 안전하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며 "SVB에 예금했던 모든 고객은 안심해도 된다. 당신의 예금은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이러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금융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방침도 분명히 했다. 일요일인 전날 미 재무부와 연방준비은행(Fed),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예금보험 한도를 넘는 예금까지 전액 보증하고 새로운 대출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각종 조치도 발표한 상태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모두 잠재우지는 못했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이날 장중 10%이상 뛰어 28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작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S&P500 지수에서 금융, 에너지, 산업, 소재 관련주가 일제히 하락했다. 미 금융시스템의 건전성 우려가 커지면서 은행 관련 주식들이 4%가까이 내려앉았다.

SVB 사태 이후 위기설에 휩싸였던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전장 대비 61.83% 하락해 거래를 마감했다. 개장 전부터 60%를 웃도는 폭락세를 보인 퍼스트리퍼블릭은 장중 거래가 몇차례 중단되기도 했다. 팩웨스트 뱅코프 역시 45.25% 내려앉았다. 지역 기반의 중소 규모인 이들 은행은 SVB 사태가 확산할 경우 뉴욕 시그니처 은행의 뒤를 이을 수 있는 곳들로 꼽혀 왔다. 앨리파이낸셜, 키코프, 피프스 써드 뱅코프, 코메리카 등도 일제히 매도세에 시달렸다. 중소 규모의 지역은행뿐 아니라 대형은행들도 안전지대는 아니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5.81%, 시티는 7.45%, 웰스파고는 7.13%대 떨어졌다.

UBS글로벌웰스매니지먼트의 솔리타 마르첼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일부 은행 매도세가 지나친 것처럼 보이지만, 이러한 ‘신뢰의 위기’가 언제 개선될 지 알 수 없다"며 "금융기관에는 예금자, 투자자의 신뢰를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마르첼리 COI는 "다른 은행들이 유사한 우려에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도 덧붙였다. 울프 리서치의 크리스 세넥 수석투자전략가는 SVB 사태가 리먼 사태급으로 번지지 않을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낙관에 동의한다면서도 가상자산 하락, 지역은행을 비롯한 많은 금융기관들의 국채시장 비유동성 문제 등을 우려점으로 꼽았다.

높아진 경계감 속에 안전자산 쏠림도 확인됐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 값은 한달래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4월 인도분 금은 온스당 2.7% 오른 1910달러선을 나타냈다.

국채금리는 급락했다. 국채금리 하락은 안전자산인 채권 가격 상승을 가리킨다. 지난주 5%를 넘어섰던 2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현재 4.0%선을 나타냈다. 무려 56bp이상 떨어진 것이다. 2년물 금리는 장중 한때 3.93%선까지 밀리기도 했다. CNBC는 2년물 금리가 3거래일간 1%포인트 이상 떨어졌다며 이는 1987년10월 이후 최대 하락세라고 보도했다. 당시 S&P500지수가 하루만에 20%이상 폭락하는 블랙먼데이로 채권시장도 요동쳤었다. 장기물 벤치마크인 10년물 금리는 3.54%선에서 거래됐다.

이번 사태로 인해 Fed가 오는 21~22일 예정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고강도 긴축을 택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한층 강화됐다. 당초 시장에서는 이달 FOMC에서 Fed가 금리 인상폭을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으로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SVB 파산 과정에서 급격한 금리인상이 실물경제뿐 아니라 금융 시스템에도 타격을 주고 있음이 확인된 만큼, 빅스텝 회귀가 쉽지 않다는 주장에 점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현재 연방기금(FF)금리 선물시장은 3월 FOMC에서 Fed가 통상적인 금리 인상폭인 0.25%포인트를 택할 가능성을 64%이상 반영하고 있다. 금리 인상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은 전날 0%에서 이날 35%선까지 치솟았다. 반면 빅스텝 가능성은 0%로 내려갔다. 바클레이스의 아자이 라자드하크샤 애널리스트는 "금융시장은 지역은행 운영에 대한 두려움, 끈적한 인플레이션에 대한 중앙은행 사이에 갇혀 승산 없는 상황에 직면해있다"고 전했다.

Fed의 긴축 경로가 한층 불확실해진 가운데 관건은 오는 14일 공개되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될 전망이다. 월가에서는 2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6.1% 상승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전월 상승폭(6.4%)에서 둔화된 수준이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대비 5.5%, 전월 대비 0.4%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날 공개된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은 하락했다. 뉴욕 연은이 공개한 조사에 따르면 향후 1년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4.2%를 나타냈다. 한달 전 조사보다 0.8%포인트 낮아진 수준이다.

유럽 주요국 증시는 이날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특히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증시의 낙폭이 컸다. 이탈리아 밀라노 증시의 FTSE MIB는 전 장 대비 4.05% 떨어진 2만6178,00으로 거래를 마쳤다. 스페인 IBEX 35 지수는 3.51% 내린 8958,90을,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지수는 3.04% 하락한 1만4959,47을 각각 기록했다. 범유럽지수인 유로 Stoxx50도 3.14%의 낙폭을 나타냈다. 종목별로는 스위스 크레디트스위스 주가가 9.6% 떨어지는 등 주요 은행들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파산한 SVB의 영국법인을 1파운드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한 HSBC도 4.1% 밀렸다.

국제유가는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88달러(2.45%) 하락한 배럴당 74.8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2월 22일 이후 최저다. 위험자산인 유가는 중국의 리오프닝 수요 기대, 약달러로 인해 낙폭이 제한되는 모습도 보였다.

달러화는 이날 Fed의 고강도 긴축 기대감이 완화하며 약세를 보였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달러화지수)는 전장 대비 0.9%가량 떨어진 103.6선에서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