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이 '증권' 되면?…국내 거래소, 어떤 조치 취할까
[출처]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21/0006693093?sid=105
SEC-리플 판결 상반기 중 나올 가능성…韓 거래소 행보 주목
유의종목 지정 가능성은 있어…'상폐 여부'는 당국과 논의할 듯
서울 용산구 코인원 고객센터 전광판에 리플(XRP)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2021.8.12/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리플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간 소송이 상반기 중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만약 미국에서 리플의 가상자산 XRP가 '증권'으로 판명될 경우 국내에서 XRP의 지위는 어떻게 될 것인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거래소들이 유의종목으로 지정할 확률은 있지만, '상장 폐지'할 것인지에 대해선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금융당국이 가상자산의 증권성 판단 기준을 아직 마련하고 있으므로 리플 소송 결과가 나온 이후에야 가상자산 거래소와 금융당국 간 추가 논의의 장이 열릴 것이란 예측이다.
◇리플 측 "소송, 상반기 중 결과 나올 것"
20일 외신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스튜어트 알데로티(Stuart Alderoty) 리플 법률 고문을 비롯한 리플 경영진은 올 상반기 중 SEC와의 소송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리플은 올해 초 공개한 인사이트 보고서에서 "우리 법률 고문은 SEC와의 소송이 올 상반기 중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라훌 아드바니(Rahul Advani) 리플 아태지역 정책 총괄도 가상자산 매체 포캐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소송 결과는 올 상반기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현재 SEC는 리플의 가상자산 XRP를 증권으로 보고, XRP 발행사인 리플랩스와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SEC는 지난 2020년 말 리플랩스를 '미등록 증권 판매' 혐의로 기소했다. 소송은 3년 가까이 이어져오고 있다.
◇만약 '증권'이라면? 국내 거래소, 금융당국과 추가 논의할 듯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대부분은 XRP 거래를 지원하고 있다. 만약 리플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올 경우, 국내 거래소에서도 큰 무리없이 거래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SEC가 승소해 XRP가 '증권'으로 판명됐을 때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증권성 판단 기준은 다르므로 미국에서 증권으로 판명됐다고 해서 우리나라에서도 증권인 것은 아니다. 따라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XRP를 반드시 상장 폐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단, 유의종목으로 지정할 가능성은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앞서 지난해 7월 SEC는 코인베이스를 상대로 조사를 진행하면서 9개 가상자산을 증권으로 분류했다. 당시 디지털자산 거래소협의체(닥사, DAXA)는 해당 9개 가상자산 중 닥사 회원사에 상장된 가상자산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일례로 9개 가상자산 중 랠리(RLY)와 파워렛저(POWR)는 업비트에 상장된 상태였다. 이 중 추후 일부 사업을 종료하는 등 사업에도 차질이 생긴 랠리(RLY)는 닥사 차원에서 유의종목으로 지정했다. 다만 유의종목 지정 이후 랠리 측의 소명이 충분하다고 판단, 닥사는 지난 2일 랠리를 유의종목에서 해제했다.
이는 XRP 사안에도 주요 참고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랠리의 경우 SEC가 증권으로 판명했음에도 발행사 측 소명이 충분하다는 이유로 유의종목에서 해제됐기 때문이다. 즉, 미국과 별개로 국내 거래소가 사안을 검토한 사례다.
XRP 역시 증권으로 판명되더라도 국내 거래소 및 금융당국이 미국과 별개로 사안을 검토함으로써 상장 폐지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SEC 판결 이후 가격변동성이 클 것 등을 감안해 유의종목으로 지정할 수는 있어도 상장 폐지 여부는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 관계자도 "SEC가 승소했을 때 리플(XRP)을 유의종목으로 지정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상폐 여부는 거래소들과 이야기를 더 나눠야 한다"고 귀띔했다.
현재 국내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증권성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2월 금융위원회가 '토큰증권 발행·유통 규율 체계 정비 방안'을 발표하면서 증권성 판단 예시를 소개하기는 했으나 대략적인 기준에 불과해서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가상자산 증권성 판단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거래소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간담회를 열며 기준을 정비하고 있다. 아직 기준을 마련 중인 만큼, XRP 사례도 국내 거래소들의 의견을 청취한 뒤 미국과 별개로 검토할 전망이다.
다만 미국 사례가 국내 금융당국 및 거래소들의 판단에 영향을 줄 여지는 충분하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16일 디지털자산 컨퍼런스 '디콘(DCON)'에서 "(미국 법원의) 리플 판결은 우리나라 판사들에게 법적 근거가 되지는 않지만 굉장히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리플로 인해 증권성 기준을 정립하는 과정을 거치고 나면 거래소들의 상장 문턱이 더 높아질 가능성도 크다. 현재도 거래소들은 신규 상장 시 가상자산 프로젝트로부터 증권이 아니라는 취지의 법률 자문서를 받고 있다. 이 문턱이 더 높아질 것이란 추측이다.
김갑래 위원은 "거래소마다 편차가 있겠지만 상장이나 재상장 시 증권성을 엄격하게 봐야 할 것"이라며 "(거래소들도) 상장 심사 단계에서 의심되는 부분은 질문을 많이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