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주의 과열을 식히는 금리 상승과 달러 강세 [매일 돈이 보이는 습관 M+]
[출처]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9/0005180975?sid=101
채권 금리 상승과 달러 강세 (달러원 환율 상승)가 8월 이후 주식시장을 억누르고 있다. 파월 연준 의장이 7월 말 FOMC에서 “우리는 더 이상 경기 침체를 예상하지 않는다”고 발언한 이후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들이 연이어 예상치를 상회한 데다, 재정적자 확대에 따라 미국 재무부가 대규모 국채 발행을 더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영향이다.
연준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더 강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당분간 금리 인하도 쉽지 않다는 인식에 따라 채권 금리 상승과 달러 강세가 진행됐다. 미국의 대표 지수인 S&P500과 나스닥, 한국의 KOSPI와 KOSDAQ 지수는 고점 대비 약 5~7% 조정을 받았다.
8월 22일 현재 미국과 한국의 국채10년 금리는 각각 4.32%, 3.98%까지 상승하며 5월 저점 대비 각각 1.00%p, 0.71%p나 급등했다. 미국 국채10년 금리의 경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로 올라섰다. 올해 들어 금리 하락을 예상하여 장기국채를 매수한 투자자의 경우, 미국 국채는 달러원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익이 어느정도 손실을 상쇄했겠지만, 한국 국채 투자자들은 상당 부분 평가손실에 진입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장기금리를 움직이는 요인들
장기국채 금리는 1) 실질 경제성장 전망과 2) 기대 인플레이션, 그리고 3) 국채의 수급 환경, 4) 통화정책 기조 등을 반영하여 움직인다. 각 요소들이 금리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항상 동일하지는 않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은 경향을 보인다.
① 실질 경제성장 전망: 실질 경제성장 전망이 강화되면서 금리가 오르는 것은 주식시장에 부정적이지 않다. 금리 (할인율, r)가 오르더라도 성장 전망이 강하면 미래의 현금흐름(또는 배당)이 많아질 거라고 예상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성장주가 해당 업종의 성장 전망을 바탕으로 주가 상승을 이끌 때는, 장기국채 금리가 경제의 실질 성장 전망을 반영해서 오르는 것보다 배당 성장률이 더 많이 오르면서 주가를 끌어 올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② 기대 인플레이션: 기대 인플레이션은 주가지수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보다, 시장의 색깔을 바꾸는 역할을 한다.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은 경제의 명목 성장 기대를 높이면서 경기민감주의 상대적인 강세를 이끄는 경우가 많다.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많이 받는 실물 자산 (원자재 등)과 관련된 에너지, 소재, 산업 업종, 그리고 경제의 맥박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 금리 상승의 수혜를 입는 금융 업종 등이 모두 경기민감주에 속한다.
③ 국채 시장의 수급: 국채 시장에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서 금리가 오르면 주식시장에 좋지 않다. 국채 시장에서 공급이 수요보다 많으면 더 높은 금리 (이자)를 투자자에게 제공해야 수요를 끌어 올릴 수 있다. 그래서 국채 시장에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 금리는 상승한다. 문제는 국채 시장에서의 수급이 경기와 별로 상관이 없다는 점이다. ①에서처럼 경기가 좋아서 금리가 상승하는 것은 주식시장에 큰 부담이 없지만, 경기와 상관없이 국채 시장의 수급 환경 때문에 금리가 오르는 것은 주식시장의 성장 기대 (g)를 높이지 않고 할인율 (r)만 높이는 것이므로 불필요한 짐을 지우는 것과 동일하다.
④ 통화정책 기조: 통화정책의 인플레이션 통제 의지가 강해질수록 주식시장에는 부정적이다. 통화긴축 정책 기조가 강화되면 향후에 단기 금리가 현재 예상보다 더 높게 유지될 수 있다는 의미이므로, 장기채권 보유에 대한 보상 (이자)을 더 요구하면서 장기금리가 상승한다. 이론적으로 금리는 기대 인플레이션과 기간 프리미엄의 합으로 구성되는데, 이때는 금리의 구성 요소 중에서 기간 프리미엄이 상승하게 된다. 그러나 통화정책 기조가 금리에 미치는 양상은 ‘물가 상승 압력’과 ‘물가 상승 압력을 통제하려는 통화정책’의 상대 강도에 따라 차이가 있다.
물가 상승 압력을 충분히 누를 정도의 통화긴축 정책 기조가 확인되지 않으면, 기대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기간 프리미엄의 상승은 미미하다. 반면, 물가 상승 압력을 누를 만큼 강한 통화긴축 정책이 시행되면 기간 프리미엄이 상승하고 기대 인플레이션이 낮아진다. 보통 이런 경우에도 기간 프리미엄의 상승 폭이 기대 인플레이션 하락 폭보다 커서 금리는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경기를 위축시켜서라도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의지가 강할수록 주식시장에는 부정적이다.
7월 하순에서 8월 초까지는 ③ 국채 발행 부담이 금리를 상승시켰다. 주가지수의 상승세가 멈추고 하락 전환한 시기다. 반면, 8월 중순부터는 ① 실질 경제성장 전망이 금리를 더 끌어 올리고 있다. 좋아야 할 주가는 낙폭을 확대했는데, 성장주의 이익 성장 기대를 주가가 먼저 반영했고, ④ 경제가 탄탄한 만큼 통화정책 기조가 더 강화될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기금리 상승이 4분기에도 지속되긴 어려울 전망이다.
첫째, 시장이 이미 연준의 중립금리 전망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시장이 반영하고 있는 연말 미국의 기준금리 전망은 5.44%로 7월 중순 대비 0.11%p 밖에 높아지지 않았다. 1차례 정도의 추가 인상을 반영한 수준이다. 그러나 24년 말과 25년 말 기준금리 전망은 각각 4.36%, 3.92%로 7월 중순 대비 0.52%p, 0.67%p나 대폭 높아졌다. 내년 이후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진 영향이다.
둘째, 금리 상승과 함께 주가도 하락하고 있다. 성장률 호조에도 불구하고 장기금리 상승 등으로 금융환경이 타이트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만약 최근의 주가지수 조정이 긴축 효과가 나타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라면 장기금리 상승 동력은 약해질 가능성이 높다.
셋째, 구조적인 요인을 논할 때 중국을 제외할 수 없다. 중국은 부동산 산업을 중심으로 디레버리징이 불가피한 상태다. 정책금리 인하 등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부양 시그널보다는 위험 시그널에 가깝다. 정부의 대응으로 시스템 위험은 피할 수 있겠지만, 디레버리징은 글로벌 성장률과 인플레이션을 구조적으로 낮추는 요인이다.
장기금리가 크게 오르거나, 주식시장이 큰 폭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염려하면서 급락할 가능성은 낮다. 금리를 높은 수준에서 오랜 기간 유지한다는 전망이 강화되면서, 장기금리의 변동 범위가 한 단계 높아졌다. 금리 상승과 달러 강세가 주식, 특히 성장주의 과열을 식히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주식전략: 10월 초까지 성장주 분할 매수
단기 조정이 조금 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국면에서 투자자의 성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주식 전략은 두 가지다.
첫째, 주가지수의 단기 하락을 예상하기 때문에 주식 비중을 축소하는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투자자라면 신속하게 비중을 줄인 후에 하락 기간 동안 주식 비중을 늘리면서 지금보다 낮은 가격에 주식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둘째, 조정의 길이가 짧고 깊이도 얕다면, 비중을 줄이지 않고 버티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경기 우려가 갑자기 높아졌거나 시장이 예상하지 못한 위험요인이 불거진 것이 아니라면, 기업이익 전망이 상향 조정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식 비중을 크게 줄이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이다. OECD가 발표하는 미국의 경기선행지수가 바닥을 찍고 반등하고 있고, 기업이익 전망도 상향되고 있다.
이런 국면에서 주가의 낙폭이 -10% 수준을 크게 하회했던 사례는 경험적으로 거의 없었다. 성장주의 비중이 높은 나스닥의 연간 주당순이익 (EPS) 전망치는 꾸준하게 상향 조정되고 있다. S&P500의 3분기 실적 전망도 낮아지지 않고 있다. 코스피의 경우 12개월 선행 P/E는 11배 중반까지 하락하며 부담이 줄었다.
8월 23일, 인공지능 (AI) 반도체의 대표기업인 엔비디아가 시장 기대를 크게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액은 135.1억달러를 기록하면서 시장 예상 112.2억달러와 가이던스 110억달러를 크게 상회했고, 주당순이익 (EPS)도 2.70달러로 2.09달러를 예상한 시장 기대를 대폭 상회한 결과다. 한동안은 거시경제 요소들의 불확실성을 견뎌내야 하지만, 성장주 스스로 강한 이익성장세를 확인하면서 그 영향을 제한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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