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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원·달러 환율이 거의 한 달 만에 최대 폭 상승 마감했다. 최근 미·중 무역협상발(發) 훈풍에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우세했는데, 이날 미국발(發) 경기부진 가능성이 고개를 들면서다. 투자심리가 며칠 사이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뜻이다.
5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8.80원 상승한(원화 가치 하락) 1114.1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30일(1121.20원) 이후 3거래일 만에 최고치다. 상승 폭 8.80원은 지난달 9일(+11.00원) 이후 가장 컸다.
간밤 뉴욕에서부터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다. 미국 국채 2년물 금리와 5년물 금리가 역전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간밤 뉴욕채권시장에서 미국 국채 2년물 금리는 2.7987%에 마감했다. 5년물 금리(2.7871%)보다 높아졌다.
미국에서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 것은 무려 11년6개월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향후 경기 전망에 영향을 받는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낮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불황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뜻이다.
투자 심리가 얼어붙자 뉴욕 증시도 크게 부진했다. 간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3.10% 급락했다. 지난 10월 10일 이후 최대 폭 하락한 것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각각 3.24%, 3.80% 하락했다.
국내 증시를 비롯한 아시아 증시도 마찬가지로 약세였다. 이날 코스피 지수(-0.62%)와 코스닥 지수(-1.06%)가 일제히 내렸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1973억원 매도 우위였다. 일본 닛케이 225 지수(-0.53%)와 대만 가권 지수(-1.65%)도 하락했다. 상하이 종합 지수(-0.56%)와 홍콩 HSI 지수(-1.72%)도 하락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원화 가치 하락)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원화는 대표적인 위험 통화로 분류된다. 특히 최근 이틀 사이 미·중 무역협상이 진행되면서 투자 심리가 확산되는 움직임이 있었는데, 이날 오히려 반대 분위기가 나타나면서 원화 가치 낙폭이 컸다.
시중의 한 외환딜러는 “간밤 미국 국채 2년물 금리와 5년물 금리가 역전되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면서 “그 때문에 원화 가치도 내렸다”고 말했다.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와 한국자금중개 합산 69억3600만달러였다.
장 마감께 재정환율인 원·엔 환율은 100엔당 985.45원이었다. 달러·엔 환율은 달러당 113.06엔, 유로·달러 환율은 유로당 1.1325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달러·위안 환율은 달러당 6.8686위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