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머니마켓펀드(MMF)로 자금이 계속 쏠리고 있다. 다만 금리 추가 인상 우려가 꺾이고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경기침체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감지한 투자자들이 MMF에 넣어둔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옮길 수도 있다는 낙관론도 나오고 있다.
(서울=뉴스1) 허경 기자 = 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긴축 강화 전망으로 달러 선호심리가 강해졌다. 지난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15.0원 오른 달러당 1257.7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상승 폭은 지난해 2월26일(15.7원) 이후 1년 3개월여 만에 가장 크다. 2022.6.8/뉴스1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기관과 개인 투자자들이 예치한 MMF 잔액이 이달 중 5조7000억달러(약 7444조원)를 돌파했다"며 "역대 최대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WSJ은 "인플레이션이 전반적으로 둔화하고 있다는 수치를 눈으로 확인한 시장은 주식과 채권펀드에 현금을 쏟아붓고 있다"며 "대표적으로 나스닥100 지수를 추종하는 인베스코의 QQQ 상장지수펀드(ETF)는 지난 13일 역대 최대 현금 유입량을 기록했고, 고위험 고수익 회사채지수를 추종하는 또 다른 펀드도 기록상 가장 높은 두 번의 유입금액을 기록한 바 있다"고 부연했다.
이 기간 나스닥 지수 상승률은 11%, S&P지수가 8.7%를 기록한 반면,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5% 아래로 떨어졌다. 에프엠 인베스트먼트 대표 데이비드 리틀턴은 MMF에 있던 역대급 자금이 증시 대기자금이었으며, 그 덕분에 중·소형주와 같은 낙폭 과대 종목들이 가파른 랠리를 보일 수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WSJ은 "일각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증시 훈풍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은행에 잠들어 있던 현금들이 수익을 찾아 계정을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전했다. 야누스 헨더슨 인베스터스 최고경영자(CEO) 알리 디바지는 "아주 오랜만에 현금이 (자산 시장) 주요 경쟁자가 됐다"면서 "다만 단기 금리가 내려오기 시작하면 다른 자산군으로의 대규모 자금 이동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신중론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MMF 잔액 확대가 반드시 강세장으로 이어진다고 보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올들어 MMF 상품 가운데 수익률 5%까지 보장하는 곳들이 나오면서 사람들이 잠시 자금을 맡겼을 뿐, 조금 더 시장을 관찰하려는 의도로 볼 수도 있다는 의미에서다.
JP모간 수석 전략가 데이비드 켈리는 자금이 전통적 은행 예금에서 수익률이 더 높은 머니마켓으로 이동한 것일 뿐 증시나 채권 시장 대기 자금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은행 예금보다 MMF에 돈을 넣어두는 것이 수익이 더 낫다는 인식이 개인이나 기관 투자자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