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기술주 FANG 2104억원 흡입한 고래 등장...랠리 재시작?
미국 뉴욕 증시가 4대 기술주 FANG(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콜 옵션'을 대거 매입한 고래(자금동원력이 있는 주식시장의 큰 손)의 등장으로 상승세가 기대된다. 얼마 전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미국 기술주에 공격적인 배팅으로 주가를 끌어올렸던 상황이 또 벌어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1일(현지시간) 인베스팅닷컴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한 투자자에 의해 시간외 대량매매인 블록딜을 통해 FANG에 대한 대규모 콜 옵션 매수 거래가 성사됐다. 콜 옵션은 정해 놓은 가격으로 미래에 해당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로, 주가가 상승하게 되면 매수자가 큰 돈을 벌 수 있게 된다. 통상적으로 콜 옵션 행사에 앞서 주가 상승이 예상되므로 판매자 역시 해당 주식을 매수하면서 주가 상승 랠리 현상이 나타난다.
이날 내년 1월과 3월 만기를 맞는 아마존 콜 옵션 7450만 달러(한화 약 871억원)가 매매 됐고, 5200만 달러(약 608억원) 규모의 페이스북 콜 옵션, 2840만 달러(약 332억원) 규모의 구글 모회사 알파벳 콜 옵션, 2500만 달러(약 292억원) 규모의 넷플릭스 콜옵션이 거래됐다. 모두 각각 두 건의 블록딜로 거래가 성사됐다. 하루만에 블록딜로 FANG 콜 옵션 1억8000만달러(약 2104억원)이 매수됐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대규모 콜 옵션은 코로나19 사태로 주가 하락 후 소프트뱅크 그룹의 기술주 주식 및 콜 옵션 대량 매수로 나스닥 랠리를 주도했던 지난 8월을 연상시킨다고 평가했다. 미국 증시 전문가 일부는 이번 콜 옵션 매수 역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관여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소프트뱅크 측은 이에 대해 공식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다. 지난 8월 당시 미국 대표 기술주에 대한 위험한 투자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날 콜 옵션 매수가 나스닥 기술주 주가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8월 손정의 회장이 촉발한 나스닥 고래 효과를 겪었던 만큼, 다른 투자자가 적극 콜 옵션에 대응하지 않을 것이며 옵션 시장에서만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콜 옵션 매수와 함께 주식 매각이 함께 진행돼 시장 동요가 없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이날 뉴욕 증시는 미국의 신규 부양책 협상 관련 소식에 상승 마감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35.20포인트(0.13%) 상승한 27,816.90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7.80포인트(0.53%) 오른 3,380.80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59.00포인트(1.42%) 상승한 11,326.51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의 신규 부양책에 대한 합의가 도출되지는 않았지만 미국 상하원 간 대화가 진행되고 있고, IT기업의 기술주가 강세를 유지하면서 향후 미국 증시와 함께, 추석 연휴 이후 한국 증시 또한 이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효정 기자(hjkim@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