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배터리만 보고 샀는데”...개미들 이틀새 2600억 ‘패닉셀’
LG화학 소액주주들이 배터리 사업부문을 분할하기로 한 회사 결정에 분노해 주식을 ‘패닉셀(panic sell)’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배터리 사업 분할이 결정된 17일부터 이틀간 개인 투자자들은 LG화학 주식을 2626억원어치 순매도했다. ‘2차전지 대장주’로 꼽히며 개인 투자자로부터 ‘국민 주식’으로 꼽혔던 LG화학이 하루 아침에 ‘배신주’로 전락한 셈이다.
LG화학 로고
코로나 사태 이후 수소차 산업이 각광을 받으면서 후방 산업인 배터리 분야 선두주자인 LG화학 주식은 폭등하기 시작했다. 코스피 연저점이던 지난 3월 19일 28만원이었던 주가는 지난 15일까지 76만8000원으로 174% 가량 올랐다. 같은 기간 LG화학의 시가총액은 16조2400억원(코스피 8위)에서 51조2000억원(4위)로 뛰었다. LG화학의 주가를 끌어올린 것은 개인 투자자였다. 이 기간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9200억원, 600억원어치의 LG화학 주식을 순매도하는 동안 개인은 9600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하지만 LG화학이 배터리 사업을 분할해 12월 신설 법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을 출범시킨다는 소식이 16일 전해지며 각종 주식 온라인 커뮤니티는 발칵 뒤집혔다. ‘배터리만 보고 LG화학에 투자했는데 사기를 당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성토 글이 쏟아진 것이다. “치킨을 주문했는데 치킨 무만 배달온 것”, “빅히트 주식을 샀는데 BTS(방탄소년단)가 탈퇴한 것”이라는 비유도 나왔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분할을 막아달라”는 청원 글이 올라와 이틀만에 7000건 가까운 동의를 받았다.
LG화학 주가도 출렁였다. 16일 5.37% 떨어진데 이어 17일에는 6.11% 추가 하락했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은 17일 하루에만 LG화학 주식을 1458억4800만원 순매도했다. 18일에는 외국인(1378억원), 기관(222억원)의 매수세가 유입되며 주가가 3.26%오른 66만6000원을 기록했지만, 개인은 정규장 마감 기준으로 1167억4200만원 어치를 팔았다.
[이준우 기자 rainracer@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