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히트, 공모가 13만5000원 확정...흥행 기록 쓸까?
세계적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이자 올해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빅히트)의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경쟁률이 1100대 1을 넘어섰다. 빅히트의 공모가는 희망밴드 최상단인 13만5000원으로 확정됐다. 지난 1일 BTS의 신곡 ‘다이너마이트’가 빌보드의 메인 싱글 차트 ‘핫100’에서 1위에 오른 것이 투자 심리를 증폭시켰다는 분석이다. 개인 투자자의 일반 청약(다음달 5~6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빅히트 소속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 1117대 1, SK 바이오팜 넘어서
빅히트는 28일 “지난 24~25일 실시된 국내외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조사에 1420개 기관이 참여, 1117.2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1100대 1을 넘는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은 공모주 열풍의 기폭제 역할을 한 SK바이오팜(835.66대 1)은 넘어서지만, 이달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카카오게임즈(1478.53대1)에는 미치지 못하는 기록이다. 해외에서는 글로벌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과 싱가포르투자청(GIC)이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세계적으로 K팝이 높은 인기를 누리는데다 BTS가 빌보드차트를 점령한 유일무이한 K팝 그룹이라는 점에서 해외 투자자의 관심이 집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빅히트는 이번 공모를 통해 기존 발행 주식(2849만3760주)의 25% 수준인 713만주를 새로 발행한다. 공모가가 13만5000원으로 정해짐에 따라 총 공모 예정액은 9625억5000만원으로 결정됐다. 공모가 기준으로 산정한 빅히트의 시가총액은 약 4조8500억원 수준이다. 국내 엔터테인먼트 3사로 꼽히는 JYP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SM의 시총을 모두 더한 것(약 3조2000억원)보다 많다.
만일 빅히트가 상장 당일 ‘따상’(공모가 2배로 시초가 형성 후 상한가로 상승)을 기록할 경우 주가는 35만1000원까지 오를 수 있다. 이 경우 빅히트의 시가총액은 약 12조5000억원까지 증가해 코스피 시장 시총 20위권 진입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미'들도 가세한 빅히트 청약…흥행 신기록 쓸까
투자자의 관심은 다음달 5~6일로 예정된 개인투자자 일반 청약에서 빅히트가 과연 SK바이오팜·카카오게임즈를 잇는 흥행 기록을 쓸 수 있을지에 쏠리고 있다.
시장 분위기는 일단 긍정적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펀드나 주가연계증권(ELS) 등 금융상품을 살 수 있는 증권 계좌인 CMA 잔고는 빅히트 일반 청약 4거래일 전인 지난 24일 62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사상 최대치로, 일주일 전보다 1조원 넘게 증가한 것이다. 앞서 공모주 열풍을 일으켰던 카카오게임즈와 SK바이오팜 때와 비교하면 같은 시기 CMA잔고는 각각 3조원, 7조원 가량 많은 수치다. 증시대기 자금인 투자자예탁금 역시 증가 추세다. 지난 24일 투자자예탁금은 55조3000억원으로, 카카오게임즈(52조3000억원)와 SK바이오팜(46조3000억원)의 청약 나흘 전 투자자예탁금을 웃돌았다.
빅히트 공모주 관련 상품도 쏟아지고 있다. 코레이트자산운용이 빅히트 청약을 겨냥해 지난 24일 딱 하루동안 모집한 공모주 펀드에는 2400억원이 몰렸다.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는 빅히트 일반 투자자 청약증거금으로 1만명에게 최대 4500만원을 대출해주는 상품을 선보였다.
외신도 빅히트가 BTS의 소속사라는 점에서 이번 기업공개에 이례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25일 “한국 BTS 팬들 사이에서 (빅히트 주식을) 한 주라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한 주라도 청약에 성공하면 행운이라고 여기는 ‘아미(ARMYㆍBTS의 팬클럽)’들 사이에서 공모가가 얼마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전했다.
다만 카카오게임즈 정도의 흥행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국내 증권사들이 전망한 빅히트의 목표 주가는 최저 16만원에서 최고 38만원까지 편차가 큰 편이다. ‘최대 6개월까지 주식을 팔지 않겠다’는 기관투자자의 의무보유 확약 비율 역시 43.9%로, SK바이오팜(81.2%)와 카카오게임즈(58.6%)보다 낮은 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장 직후 주가가 올랐을 때 기관투자자들이 대거 빅히트 주식을 매도하며 차익 실현에 나설 수 있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는 유의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준우 기자 rainracer@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