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맨들도 감탄한 원정개미 포트폴리오... 150억 넣고 54억 땄다
[왕개미 연구소] 4
“누가 옆에서 코치했는지 (포트폴리오가) 기막히네요. ‘국보급' 센스입니다.”(증시 전문가 A씨)
최근 여의도에선 한 중견기업의 해외 주식 포트폴리오가 화제다. 코로나 충격으로 시장이 요동치는 동안, 예금에서 잠자고 있던 돈 150억원을 꺼내어 과감히 투자해 서너달 만에 54억원(25일 기준) 평가 차익을 거뒀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116억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54억원은 회사가 충분히 자랑할 만한 숫자다.
주인공은 바로 실내 인테리어디자인 업체인 국보디자인. 시가총액 1163억원(28일 기준)으로 작은 기업이고 일반인들에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인테리어 업계에선 탄탄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우량 기업이다.
다음은 지난 달 공개된 국보디자인의 해외 주식 포트폴리오다. 알파벳(구글), 아마존, 애플, 보잉,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등 미국 주식이 포트의 절반을 넘는다.
코스닥 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국보디자인'의 해외주식 포트폴리오. 지난 6월 반기보고서 기준이다. 단위는 천원.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국,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해외의 우량 종목들이 다 들어 있어 ‘서학개미’들이 포트폴리오 짤 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면서 “개인적으론 미국 항공기 제작회사인 ‘보잉’만 빼놓고 전부 다 좋아보인다”고 말했다.
국보디자인의 빛나는 해외주식 투자 성과는 미국 주식, 그 중에서도 테슬라와 애플 덕분이었다. 특히 전기차 제조업체인 ‘테슬라’가 열일했다. 반기보고서 공시 기준이 6월 말이기 때문에 이미 다 정리했을 수도 있지만 만약 현재도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한다면 테슬라에서만 45억원(119%)을 벌었다. 애플 수익률도 45%가 넘는다.
물론 바닥에서 사서 최고점에 파는 신(神)의 매매를 했다면 테슬라를 포함 최종 수익이 70억~80억원은 되겠지만 그렇게 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국보디자인 IR 담당자는 “원래 삼성전자, 삼성전기 등 국내 우량 주식만 장기 투자했는데 코로나 이후 전세계에 유동성이 대거 풀리자 (대표이사의 제안으로) 해외주식 투자를 시작하게 됐다”면서 “대표님이 외부인사들의 조언을 많이 들어 공유해 주지만 기본적으론 회사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종목들을 골라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보디자인의 프로젝트인 위워크 홍대 인테리어.
그런데 국보디자인 주주 명단에는 황창연 오너 일가(53.09%) 외에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가 2대 주주(7.97%)로 올라와 있다. 박 대표는 가치 투자를 하는 수퍼개미로 유명하다.
그는 “경기가 어려워질수록 일정 규모를 갖춘 업계 1등 회사가 승자독식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면서 “국보디자인은 현금 자산만 1200억원이 있는데 이 중에서 일부 자금을 해외 자산 투자에 돌리고 좋은 성과까지 내면서 명품 회사로 거듭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어 “대형 건물의 인테리어 프로젝트는 영세업체가 하기 어려운데, 국보디자인은 유보 자산이 많고 재무 구조도 탄탄해서 고객 문의가 끊이질 않는다”면서 “지금 한국 증시에선 고성장, 고평가 주식에만 자금이 몰리고 있지만 언젠가는 (국보디자인 같은) 가치주도 재평가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미 거액을 넣은 국보디자인 투자자라서 기업에 대한 의견이 다소 ‘주관적’일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하자)
국보디자인의 프로젝트 중 하나인 제주 신화월드 카지노.
[이경은 기자 div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