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개장전]]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하지만 아직 숲을 빠져나오진 못했다”
[출처]https://finance.naver.com/news/news_read.nhn?mode=mainnews&office_id=015&article_id=0004447546
화이자의 백신 소식에 시장이 너무 흥분했었나 봅니다.
뉴욕 증시가 하루 만에 차분해졌습니다. 10일(미 현지시간) 다우 지수는 0.9% 상승했지만, S&P 500 지수는 0.14%, 나스닥 지수는 1.37% 하락한 채 장을 마감했습니다.
크게 네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① 지나친 백신 낙관론에 대한 경계감
화이자 백신의 효능은 아직 최종 검증된 것은 아닙니다. 임상 3상의 중간 평가 결과였지요. 이 백신이 내년에야 13억 개(약 7억5000만 명 분)가 생산될 수 있다는 것 뿐 아니라 영하 70도(섭씨)에서 운송, 보관돼야한다는 점도 광범위한 보급에 걸림돌로 지적됐습니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화이자의 백신 소식이 분명히 긍정적이지만 어떤 속도로 광범위한 배포가 이뤄질지 불확실하다"며 기존의 경제 전망을 유지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화이자의 백신이 보편적으로 보급되려면 내년 2~3분기는 되어야 할 텐데 그 전까지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았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중국 시노백의 브라질에서의 백신 임상시험이 참여자의 사망사고로 중단된 것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브라질 보건당국은 조사를 거쳐 임상시험 재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덴마크의 밍크 농장에서 돌연변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생한 사건도 백신 효용성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걱정꺼리로 작용했습니다.
물론 일라이릴리의 코로나 항체 치료제가 미 식품의약국(FDA)의 긴급 사용승인을 받았다는 좋은 소식이 나오기도 했지요.
게다가 미국에선 이날 하루 13만 명이 넘는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습니다. 7일 연속 10만 명이 넘었습니다. 바이러스 통제가 비교적 잘 이뤄졌던 뉴욕에서도 다시 봉쇄 수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구성한 코로나19 태스크포스에 임명된 마이클 오스터홀름 미네소타대 전염병연구소장은 "몇 주 내에 하루 20만 명이 넘는 환자를 보더라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바이든 당선자의 “코로나와의 전투가 끝나기까지는 아직도 많은 달(many more months)이 남아있다”란 경고는 투자자들에게 현실을 깨우쳐주었습니다.
② 너무 좋은 백신에 대한 부작용(?) -유동성 축소
예방율이 뛰어난 백신이 시장 유동성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일부 나왔습니다. 블룸버그는 백신 뉴스로 인해 미 의회에서 부양책 규모가 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공화당 의원들이 백신 출시를 앞두고 대대적 경기 부양책 편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는 코로나로 인해 발생한 실업자가 여전히 1000만 명을 웃도는 상황에서 경기가 회복되려면 대규모 부양책이 있어야한다는 시장의 분석과는 다른 방향입니다. 이날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연방은행 총재는 “코로나 재확산에 따라 계속적인 재정과 통화 완화가 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규모 뿐 아니라 시기도 문제입니다. 부양책의 총대를 쥔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대표가 어제 대선 불복에 나선 트럼프 측에 가세하면서 올해 내 부양책은 사실상 물건너갔다는 관측이 강합니다. 월가 관계자는 “사실 금융시장엔 단기적으로 백신 뉴스보다 부양책 타결이 훨씬 더 시급한 상황”이라며 “부양책이 안되면 12월 '산타 랠리'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백신 기대에 시장 금리가 급하게 뛰면서 미 중앙은행(Fed)이 완화정책을 계속 유지할 지에 대해서도 일부 걱정이 나왔습니다. Fed는 향후 3년 정도는 금리를 현 수준에 묶어놓겠다고 시사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날 월가 증권사 KBW의 브라이언 클라인한즐 은행 애널리스트는 “채권 수익률곡선이 가팔라지고 절대금리가 상승하면 Fed가 기조를 바꿀 수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물론 성장이 구체화되어야한다는 조건을 붙였지만요.
당장 뉴욕타임스는 Fed의 회사채 매입 프로그램을 연말에 종료시켜야한다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나온다고 보도했습니다. Fed는 지난 6월 '유통시장 기업 신용 기구'(SMCCF)와 '발행시장 기업 신용 기구'(PMCCF)를 세워 회사채를 사들이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6개월 시한으로 연장하지 않으면 12월31일 종료됩니다. 연장하는데는 트럼프 행정부의 동의가 필요한데, 공화당이 종료를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죠. 회사채 시장이 안정화돼 기업 자금 조달에 문제가 없고, 경제도 회복 신호를 보이고 있다는 이유입니다. 이런 기구를 놔두면 시장 자율성만 해친다는 논리입니다.
물론 민주당은 연장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시장에선 Fed가 점진적으로 이들 기구의 매입 한도를 줄이다가 없애는 ‘베이비 스텝’을 밟을 것으로 보지만, 이런 스텝을 시작할 경우 투자자들에겐 Fed의 후퇴로 느껴질 수도 있을 겁니다. 지난 2014년 벤 버냉키 전 의장이 양적완화(QE) 규모를 줄여나갈 수 있다고 시사했을 때 미 증시는 한동안 테이퍼링 발작을 겪었습니다.
③ 트럼프 불복...찝찝한 투자자들
트럼프의 대선 불복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동참하는 공화당 인사들도 늘고 있습니다. 대선 이후 두문불출하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지난 9일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를 위해 싸우는 것을 멈추지 않았고, 모든 합법적인 투표가 집계될 때까지 계속 싸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매코널 원대대표도 “트럼프 대통령은 100% 그의 권한 내에서 부정행위 의혹을 살펴보고 법적 선택권을 검토할 수 있다"며 "재검표를 진행하는 주가 1∼2개 있으며 적어도 5개 주에서 법적 문제가 진행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피력했습니다.
심지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바이든 당선인측이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2기 정부에 인수인계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해 파장이 일었습니다. 순간적으로 뉴욕 증시 지수들이 흔들렸다가 회복됐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트럼프가 결과를 뒤집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상원에서 아직 다수당이 결정되지 않는 것까지 합쳐져 투자자들을 심란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상원의 경우 여전히 민주, 공화 양당이 나란히 48석을 확보한 상황입니다. 알래스카와 노스캐롤라이나에서 공화당 후보가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조지아주 2석은 1월5일 결선투표를 통해 승부를 가리게 됩니다.
④ ‘빅 로테이션’...대형 기술주 부담
아마존은 전날 5% 급락한 데 이어 이날 EU의 반독점 제소 소식까지 나오면 3.5% 또 떨어졌습니다. 줌은 전날 17.7% 폭락에 이어 이날 9% 추가로 더 밀렸습니다.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는 각각 1.3%, 3.4% 내렸고 페이스북은 2.27%, 애플 0.3%, 테슬라 3% 하락했습니다.
반면 어제 10% 넘게 오른 보잉은 또 다시 5% 이상 급등했습니다. 석유회사 셰브론, 엑손모빌도 각각 4.6%, 2.2% 상승했습니다.
이른바 성장주→가치주로의 ‘빅 로테이션’입니다. 투자자들이 백신 등으로 인한 경제 정상화를 내다보면서 경기민감주와 소형주, 가치주 등을 사들이고 그동안 급등해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진 기술주들을 매각하는 겁니다.
월가 관계자는 “가치주들이 오르고 있지만 어제 하루 만에 너무 급등해 추가 상승에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들이 파산할 확률은 줄었지만 언제쯤 실적이 개선될 진 알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주도주인 초대형 기술주가 비틀대면서 시장의 맥이 빠졌다”고 덧붙였습니다.
핵심 산업주인 허니웰, GM, 디어 등의 주가수익비율(PER)은 벌써 25배 수준에 달합니다. 은행주들의 PER도 12~14배까지 올라왔습니다.
아직 에너지주나 항공주 등의 PER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지만, 단기 급등의 부담이 있습니다. 어제 15% 넘게 급등했던 아메리칸항공의 주가는 이날 6.2% 떨어졌습니다. 예상 실적을 보면 이해가 갑니다. 이 회사의 매출은 2019년 457억 달러였지만, 올해는 172억 달러 수준으로 예상됩니다. 내년에도 273억 달러(추정)로 2019년의 60% 수준에 그칩니다.
게다가 뉴욕 증시가 이달 들어 계속 상승해온 점도 단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실제 다우는 이달 26501.60으로 거래를 시작해 이날 29420.92까지 계속 올라왔습니다.
다만 ‘빅 로테이션’은 꾸준히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CNBC의 주식평론가 짐 크레이머는 “코로나 수혜주(기술주)가 며칠에 걸쳐 매도될 것을 대비해야한다”며 “이들 주식은 그동안 엄청나게 올랐고, 수익 확보를 위해 팔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췄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다만 “기술주를 모두 팔지는 말라. 우리는 여전히 백신 없이 잔인한 겨울을 견뎌야한다. 일부는 이번에 급락하면 살 기회로 삼아라”라고 덧붙였습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최고투자책임자(CIO) 겸 수석전략가(미국 주식)은 올해 월스트리트에서 가장 각광받아온 사람입니다. 그는 지난 4월 “Fed와 싸우지 말라”면서 강세론을 부르짖었고, 지난 9월에는 일찌감치 조정장을 예고했었습니다.
그는 9일자 보고서에서 ‘빅 로테이션’이 내년 1월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의 보고서를 요약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화이자의 백신에 대한 좋은 소식을 기대해왔지만 대부분 60-70% 예방율을 예상했다. 이에 따라 9일 시장은 급반등했고 항공사 영화관 크루즈 소매업체 주식 등은 20%까지 올랐다.
반면 통신서비스, 필수소비재 및 소프트웨어와 같은 경기방어주는 장기 금리가 상승하고 경기 회복 기대가 높아지자 크게 뒤처지고 있다. 이런 내부 순환매가 나타나면서 다우 지수는 기술주로 가득한 나스닥 지수를 5% 포인트 앞섰다.
이런 로테이션은 우리가 지난 3월 시장이 바닥을 친 뒤 예고해온 경로에 있다. 대선 그리고 백신 등 두 변수가 좀 더 명확해지면서 이런 추세는 강력한 힘을 얻었다. 우리는 이런 추세가 가속화되더라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지난 몇 달간 투자자들은 경제 정상화를 고려할 의향은 있었지만, 이를 실제 감안해 투자한 이들은 거의 없었다. 대신 대부분은 여전히 성장주에 진을 치고 있었는데, 여름까지는 수익률이 뛰어났지만 그 이후엔 좋지 않다.
우리는 가속화되는 경기 회복과 장기금리 상승 시점에 잘 할 수 있는 주식과 자산에 대해 낙관적이다. 반면 금리 상승에 민감한 주식들은 단기적으로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우리는 내년 경제 회복과 기업 실적에 대해 여전히 낙관적이다. 다만 단기적으로 고려해야 할 몇 가지 장애물이 있다.
첫 번째는 앞서 언급한 장기 금리 상승이다. S&P 500 및 나스닥의 많은 대형주(기술주)는 금리에 매우 민감하다. 따라서 이자율이 상승하면 주가를 억제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선거 결과다. 결과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은 결과를 바꾸진 못하더라도 해결에 몇 주가 걸릴 수 있다. 더 중요한 건 상원 다수당이 누가 될 지 오는 1월 5일 조지아 결선 투표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즉 상원을 누가 지배할지 앞으로 8주 동안 알 수 없다는 뜻이다. 이 기간엔 포트폴리오 관리에 매우 중요한 연말이 포함된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투자자들에게 경제 및 수익이 개선될 것이란 점에서 내년을 기대할 것을 권한다. 더 빠른 경기 회복을 가정해 경기민감주를 선호한다. 금리가 완전히 조정될 때까지 고가의 성장주는 피하라. 이 과정은 대부분 1월까지는 완료될 것이다. 투자에 있어 가격은 중요하며, 현재보다 더 중요한 때는 없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