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불복 위협'에도 美 금융시장은 안정… 왜?
[출처]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1&oid=469&aid=0000551450
"미 대선 혼란은 당초 예상 범위 내"
바이든 대권-공화 상원 나눠갖기도 '증시에 유리' 판단
미국 성조기가 걸린 월가 표지판 안에 뉴욕 증권거래소의 모습이 보인다. 5일 미국 증시는 위험 선호 경향을 보이며 상승했고 달러화 가치는 하락했다. AP 연합뉴스
미국 대선 개표가 지연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패색 짙은 대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의외로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은 흔들리지 않고 있다.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경우 금융시장이 공포에 휩싸일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다른 흐름이다.
5일(현지시간) 뉴욕 3대지수는 모두 큰 폭의 상승세로 마감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각각 1.95% 오른 채 마감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도 2.59% 급등했다. 미국 달러화는 위험자산 선호로 약세를 보였고, 금과 비트코인 등 달러가치 하락의 효과를 보는 달러표시 자산들은 상승세를 탔다.
원화 가치도 위험선호 분위기를 타고 상승세다. 뉴욕시장에서 원·달러 역외선물환(NDF) 거래 환율은 2019년 2월 이후 최저 수준인 달러당 1,122원까지 떨어졌고,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도 환율이 전 거래일보다 4.2원 가량 내린 1,124원으로 출발했다.
"공화당 다수 상원도 부양책에 협조할 것"
5일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지지자 대상 연설에 나선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이 마스크를 고치고 있다. 현재 미국 증시는 바이든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처럼 안정적인 금융시장 분위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월가 분석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당선을 확정지을 것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온라인 금융업체 악시코프의 국제시장 수석전략가 스티븐 이네스는 “이 혼란은 이미 예상된 것"이라며 "우리가 대비가 돼 있었기 때문에 충격이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이 상원 다수 의석을 유지할 전망도 오히려 호재로 여겨지고 있다. CNBC에서 ‘매드 머니’를 진행하는 짐 크레이머는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상원을 공화당이 장악하는 ‘분점 정부’ 형태가 된 것이 ‘경제정책에 큰 변동이 없다’는 신호라며 경제 전망에 안정성을 불러온다고 했다. 증세나 규제 등 진보적 경제정책이 공화당의 견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민주당이 백악관과 의회를 모두 차지하는 ‘블루 웨이브’가 현실화할 경우 대대적인 경기 부양책이 집행되며 시장 역시 큰 수혜를 받을 수 있다던 기존의 전망과는 엇갈린다.
이와 관련해 투자자문기업 에버코어ISI는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의 “경기 부양책 통과가 최우선”이라는 발언에 주목해, 공화당이 상원 장악을 유지한다 해도 새 정부에 협조적일 수 있어 부양책의 도입은 낙관적이라고 전망했다.
파월 “경기회복세 완만해져”
올해 9월 미 의회에 출석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로이터 연합뉴스
2020년 내내 파격적인 통화 완화 정책으로 금융시장의 주역을 담당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현재는 미 대선에 무대를 양보하고 있다.
4, 5일 이틀간 진행된 연준 공개시장운영위원회(FOMC) 정례회의는 큰 발표 없이 지나갔다. FOMC는 이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0~0.25%에서 동결하고 금융시장 지원을 위한 자산 매입을 현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회의를 마친 후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충격 이후 경제가 개선됐지만 속도가 완만해지고 있다” 면서 “추가 코로나19 확산과 가계 저축의 소진 등이 경제활동에 부담을 유발하는 하방 위험을 초래할 수 있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