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600시대, 계속 오를까
[출처]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1&oid=032&aid=0003045750
[경향신문]
‘코스피 2600시대’가 열렸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며 가보지 않은 길에 들어섰다. 코로나19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증시로 몰려들면서 지수를 끌어올렸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동학개미’들이 증시에 뛰어들면서 위기를 떠받쳤고, 최근 들어서는 달러 약세에 베팅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시장에 몰리면서 사상 최고치를 만들었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다우지수도 사상 처음 3만선을 돌파하는 등 전 세계 자산시장이 활황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코로나19의 충격으로 실물경제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아 자산시장으로의 유동성 쏠림이 심해지고 있다는 우려도 지속된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지난 11월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돼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미국 대선·코로나19 백신 개발도 영향
지난 11월 2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9.09포인트(1.92%) 오른 2602.59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201팔년 1월 29일에 세운 종전 역대 최고 기록 2598.19를 넘어서 2년 10개월 만에 ‘코스피 2600시대’를 열었다. 코스피의 올해 상승률은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코스피는 지난 20일까지 16.2% 상승했다. 이는 G20의 대표 증시 지수와 비교했을 때 아르헨티나(23.6%)에 이어 두 번째로 상승률이 높다. 한국거래소는 “적시에 펼쳐진 부양책과 개인의 적극적인 시장 참여 등에 기인해 코스피가 그동안의 상대적 저평가에서 탈피해 새로운 도약을 시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주가가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데 당사국인 미국은 2년가량, 다른 국가들도 1년 정도 걸렸다. 반면 올해 코로나19 이후 증시가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데 걸린 기간은 채 반년이 되지 않는다. 단순 비교하면 거의 4배속으로 빨리 회복했다. 과거 위기에 대한 학습과 유동성 효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하던 지난 3~4월 코스피는 공포 심리가 확산하면서 급락했다. 3월 초 2000선이 무너졌고, 3월 19일에는 1457.64까지 저점을 낮췄다. 이렇게 급속히 하락했던 코스피가 불과 1년도 되지 않아 새 역사를 쓸 수 있었던 데에는 이른바 ‘동학개미’인 개인투자자들의 든든한 뒷받침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 3월 외국인과 기관이 앞다퉈 매도에 나서 패닉 장세를 연출했지만, 개인은 매수세를 유지하며 지수를 방어했다. 지난 3월부터 10월까지 개인투자자들이 유가증권시장에서 매수한 금액은 37조원 규모로, 같은 기간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이 각각 24조7000억원, 14조2000억원씩 던진 물량을 모두 개인이 흡수했다.
개인투자자들이 뛰어들면서 증시 대기 자금도 크게 늘었다. 올해 초 30조원에 불과하던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18일 65조1300억원 규모로 두 배 이상 확대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스피가 2600선을 뚫고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은 11월 들어 매섭게 몰린 외국인 매수세 때문이다. 외국인은 코로나19 이후 7월을 제외하고 지속적으로 매도 우위를 보였으나, 10월 들어 매수 우위로 돌아섰다. 10월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4000억원을 사들인 외국인은 11월 들어서는 매수세를 불려 지난 24일까지 7조1416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 월별 순매수 규모도 11월 사상 최대치 경신이 유력하다.
■낙관 편향 시장, 계속 오를까
미국 대선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진 것이 외국인 자금을 끌어들인 가장 큰 요인으로 풀이된다. 미국에서 조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서 민주당의 대규모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친시장 성향으로 분류되는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재무장관 지명 소식까지 더해지면서 완화적 정책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미국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계속해서 돈을 풀 것이라는 예상에 따라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는 것이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백신 개발, 미국 바이든 집권 기대를 바탕으로 교열에 민감한 한국시장의 회복 가능성을 선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원화 강세도 외국인 수급에 긍정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화이자와 모더나에 이어 영국 아스트로제니카사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소식 등도 투자 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앤테크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미 식품의약국(FDA)은 다음달 10일 자문위원회 회의를 개최해 논의할 예정이다. 미국 정부는 FDA의 승인이 난다면 24시간 이내에 접종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극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코로나19 충격을 크게 받았던 대면 서비스 관련 업종들도 크게 오름세를 나타냈다.
증권가에서는 내년도에도 한국 증시의 강세는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내년도 코스피 전망치 밴드를 2700~2900 정도로 본다.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한국경제가 올해 역성장에서 탈피할 것으로 보이고, 외국인 수급 여건도 계속해서 좋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자본시장연구원은 “내년 중 국내 경기의 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고 주식시장도 상승세를 유지할 전망”이라며 내년 말 코스피가 2700∼2900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최근 증시 강세의 원인으로 작용한 미국 새 정부 출범이나 코로나19 백신 개발 모두 미래의 가치를 선반영한 측면이 있어 현재의 강세가 부담스럽다는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11월 24일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주요국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지만 실물경제가 회복되기까지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최근 3차 유행에 접어들면서 내수를 중심으로 경기 위축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점도 부담스럽다. 안소은 연구원은 “백신의 광범위한 투약과 바이든 정부의 정책이 경기의 기초체력(펀더멘털)에 가시적인 효과를 내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