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스팩에 공매도 세력 집결, '서학개미' 긴장해야
[출처]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1&oid=014&aid=0004601174
지난 2017년 4월 17일 미국 전기차 업체 루시드의 데릭 젠킨스 당시 디자인 부사장이 뉴욕 국제 오토쇼에서 시제 차량 '루시드 에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올해 ‘서학개미’들의 최고 투자처로 인기를 끌던 미국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 주식에 공매도 세력이 집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팩 주식이 서둘러 상장하느라 실속이 부족하고 가치가 고평가되어 있다며 개인 투자자(개미)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미 시장조사업체 S3파트너스 자료를 인용해 미 증시 스팩 주식의 공매도 잔액이 올해 초 7억2400만달러에서 현재 26억7000만달러(약 3조371억원)까지 3배 이상 증가했다고 전했다. 잔액은 지난달 25일 29억7000만달러까지 올랐다 다시 내려갔다.
■주요 스팩에서 공매도 급증
미 시장조사업체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에 의하면 유명 투자자 차마트 팔리하피티야가 세운 ‘소셜캐피털헤도소피아코프V’ 스팩의 주식 중 공매도 주식 비율은 19%에 달했다. 해당 스팩은 미 대출 창업초기기업(스타트업) ‘소셜파이낸스’와 합병을 계획중이다. ‘테슬라 대항마’로 불리는 전기차 스타트업 루시드와 합병한다고 밝힌 처칠캐피탈의 경우 공매도 주식 비율이 5%로 이달에만 약 2배 늘었다.
또 다른 미 전기차 업체인 로즈타운모터스도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다. 지난해 10월 스팩 중 하나인 다이아몬드피크 홀딩스와 합병한 로즈타운의 공매도 주식 비율은 지난 12일 공매도 투자업체 힌덴버그 리서치의 보고서 발표 이후 3.4%에서 5%로 증가했다.
공매도는 없는 주식을 먼저 빌려 팔고 나중에 빌린 주식을 갚는 계약으로 갚을 주식 가격이 떨어질수록 이익을 본다. 공매도 계약 숫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해당 종목의 주가가 떨어진다고 보는 투자자가 많다는 뜻이다.
WSJ는 우선 주요 스팩들이 논란에 휩싸여 있다고 진단했다. 루시드의 경우 지난달 생산 지연 소식이 알려지며 주가가 폭락했으며 힌덴버그는 같은달 보고서에서 로즈타운이 생산 전망을 조작해 투자자들을 속였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동시에 일부 스팩들의 주가가 너무 빨리 올랐다고 설명했다. 미 바이오 기업 다니머의 경우 올해 들어 스팩과 합병 발표 이후 주가가 3배가 오른 동시에 공매도 주식 비율도 1%에서 8.5%까지 뛰었다.
■공매도에 취약, 랠리 종료 대비해야
공매도 전문 투자 업체 머디 워터스의 카슨 블록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스팩은 문제 지역"이라며 대부분의 스팩들이 "최악의 기업"들을 묶어놓은 형상이라고 설명했다. 스팩 정보업체 Indxx에 의하면 스팩의 평균 주가는 지난달 중순부터 이달 10일까지 17% 추락했다. 그는 스팩이 기업 자체의 부정적인 전망과 더불어 기술적으로도 공매도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블록은 아직 스팩 주식의 공매도 비율이 아주 높은 편은 아니라 공매도 베팅을 하는데 부담이 적다고 말했다. 공매도 베팅이 너무 많으면 갚을 주식을 마련하려는 매수가 몰려 주가가 오르는 상황(숏스퀴즈)을 걱정해야 한다.
스팩은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다. 투자자들은 우선 돈을 모아 스팩을 만들어 상장한 다음 자금 모집 당시 목표로 밝힌 실제 기업을 기한 내에 합병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 복잡한 절차 없이 비상장 우량기업을 손쉽게 상장기업으로 만들 수 있고 투자자들은 해당 기업의 주식을 팔아 이익을 챙긴다. 올해 1~2월 동안 세계 스팩들이 체결한 인수합병(M&A) 금액이 1090억달러(약 122조원)로 역대 최대 규모였으며 선두는 미국 스팩이었다.
스팩이 인기를 끌었던 이유 중 하나는 개미들이었다. 개미들은 일반적으로 기업공개(IPO)에 지원해 상장 기업의 주식을 배당받기 매우 어렵다. 상장 기업들이 주가 안정을 위해 공모 지분 대부분을 일정 기간 보유 조건을 달아 기관투자자들에게 넘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팩에 투자해 상장 기업의 지분을 받는 방식이라면 개미들 역시 IPO에 따른 주가 급등으로 이익을 챙길 수 있다.
미 투자사 케리스데일의 삼 아드랑기 창업자는 "우리는 스팩 주식들이 고공행진하는 것을 지켜봤고 이제 사람들이 위험 부담을 줄이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스팩들이 이제 땅에 내려올 때가 되었다"고 밝혔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