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5000억!…비트코인 가장 많이 보유한 미국 핀테크 업체는
[출처]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1&oid=009&aid=0004770991
판 커진 디지털결제…9조달러 美시장 격돌
틈새 파고든 스퀘어
201팔년 가상화폐 매매 시작에
전자지갑 '캐시앱' 인기폭발
5년 새 이용자 36배 폭증
주가 1년새 5배올라 몸값 103조
전통 강자 페이팔
뒤늦게 가상화폐 거래 허용
페이팔 계좌 3억7700만개
미국 인구보다 많아 압도적
단순결제 넘어 슈퍼앱 승부수
◆ MK 인더스트리 리뷰 ◆
지난해 9월은 미국에서 자전거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같던 시기였다.
팬데믹으로 수요는 급증했지만 생산 중단 여파로 공급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당시 기자는 구글 검색을 통해 한 온라인몰에서 어렵사리 자전거를 구매했다. 이 온라인몰은 거래 실적이 적어 미심쩍기는 했지만 '페이팔(PayPal)'을 통한 결제가 가능해 주문을 넣었다.
결제 직후 이 업체는 택배 트래킹(배송 추적) 번호까지 보내왔다. 하지만 택배 날짜를 보니 조작된 것이었다. 온라인 사기임을 직감하고 바로 페이팔에 연락해 결제 차단에 나섰다. 시간은 좀 걸렸지만 페이팔을 통한 결제가 아니었으면 돈을 날릴 뻔한 순간이었다.
페이팔의 활성 계좌는 3억7700만개로 미국 인구(3억2800만명)보다 많다. 지난해만 7200만명이 늘었다. 국내 소비자에게도 친숙해졌다. 미국 발행 카드가 아니어서 직구 결제가 어려울 때 페이팔을 통해 결제하는 경우가 많다.
뉴욕 맨해튼 내 커피숍, 베이커리 등에서 결제할 때 신용카드를 삽입하면 자동으로 이메일로 영수증이 오는 경우가 많다. '스퀘어'에 입력된 정보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는 이런 결제 분야 디지털화에 가속도를 붙였다. 이마케터에 따르면 미국 전체 유통 매출에서 전자상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11.0%에서 2020년 14.4%로 급격하게 커졌다. 전자결제 시장은 코로나19 사태로 퀀텀점프하는 모멘텀을 만난 것이다. 이 비중은 2024년 19.2%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뿐만 아니다. 송금, 투자 등 돈이 흐르는 길목마다 '불가역적 디지털화'가 진행되고 있다. 스퀘어에 따르면 미국에서 전자결제 시장은 송금 4조달러, 소비 2조달러, 투자 3조달러 등 9조달러 규모로 추정된다.
전통적인 금융회사들이 독식해온 이 시장의 주인공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페이팔이 1세대 핀테크 기업으로 생태계를 바꿔놓았다. 페이팔은 1998년 피터 틸 등이 공동 창업한 콘피니티가 모태다. 이 회사는 2000년 일론 머스크가 창업한 X.com에 인수됐다. 이후 이베이가 2002년 페이팔을 인수했고 2014년 이베이에서 독립했다.
이제는 스퀘어로 대표되는 2세대 핀테크 기업들 간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혁신은 생활 속 작은 불편함을 개선하는 데서 비롯됐다. 스퀘어는 소상공인들이 모바일 결제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시작됐다. 스퀘어 창업자는 트위터 창업자로 더 유명한 잭 도시다. 잭 도시는 2009년 친구인 짐 매켈비가 신용카드 결제를 받지 못해 2000달러 규모 수도꼭지 판매에 실패한 것을 목격했다. 두 사람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퀘어를 창업했다. 모바일폰에 손톱 크기 리더기를 꽂아 어디서나 편하게 결제가 가능하도록 했다. 스퀘어(정사각형)라는 회사 이름은 이 결제 지원 칩에서 유래했다.
스퀘어, 코인베이스, 스트라이프 등이 '디지털 지갑'의 정의를 새로 쓰고 있다. 결제 편의성을 높여주는 차원을 넘어 개인 생활의 핵심 플랫폼이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페이팔은 2013년 벤모(Venmo·간편송금 서비스)를 인수하고 송금 기능을 강화하며 전자지갑 선두 업체로 지위를 공고히 다져왔다.
후발 기업들의 거친 추격이 계속되자 댄 슐먼 페이팔 최고경영자(CEO)는 "페이팔을 '슈퍼 앱'으로 진화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단순한 결제 수단을 넘어 소셜미디어, 토털 금융 서비스, 디지털ID 기능까지 서비스를 확장해 나가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하지만 스퀘어의 추격이 만만치 않다. 스퀘어는 △POS(Point Of Sales)시스템, 주문·예약 관리, 급여 관리, 금융 조달 등 사업자 사업 △간편송금, 가상화폐 거래, 주식 거래 등 디지털 지갑인 캐시앱 사업 등 크게 두 가지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스퀘어의 최대 무기는 2013년 도입한 전자지갑 서비스인 '캐시앱'(초기 서비스 명칭은 스퀘어캐시)이다. 캐시앱을 통한 수익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2016년 500만달러에 불과했던 캐시앱 사업 수익은 2020년 12억2600만달러로 4년 만에 245배 성장했다. 이에 따라 2020년에는 캐시앱 사업이 스퀘어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4.8%를 차지했다.
이용자 수는 2015년 12월 100만명에 불과했으나 2020년 12월에는 3600만명으로 5년 새 36배 늘었다. 캐시앱 사용이 지난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201팔년 1월 도입한 가상화폐 거래 기능 때문이다. 스퀘어의 비트코인 관련 매출은 2020년 45억7000만달러를 기록해 전년 대비 8.8배 늘었다.
이 분야에서 페이팔은 스퀘어에 뒤졌다. 페이팔은 지난해 10월에서야 가상화폐 매매 기능을 추가했다.
스퀘어는 계속해서 비트코인을 사들여 전 세계 핀테크 기업 중 가장 많은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스퀘어는 1억7000만달러 규모 비트코인을 추가로 사들였다. 기존 5000만달러 투자에 이은 대규모 추가 투자다. 스퀘어가 보유한 비트코인은 8027개로 현재 시세로 약 4억4000만달러에 달한다.
지난해 3월 하순 바닥을 찍은 두 회사 주가는 거침없이 상승했다. 하지만 상승 속도는 스퀘어가 더 빨랐다.
페이팔 주가는 지난 26일(현지시간) 241.03달러로 지난해 3월 저점 대비 약 2.8배 상승했다. 같은 기간 스퀘어는 38달러대에서 213.60달러로 5.6배 올랐다. 스퀘어 시가총액은 971억1000만달러로, 페이팔 시가총액(2822억9000만달러) 대비 34.4%까지 따라잡았다. 13년 된 스퀘어의 기업가치는 152년 역사를 가진 골드만삭스(1122억600만달러)에 버금간다.
두 회사가 공통적으로 직면한 위기 요인이 있다. 각국 중앙은행이 경쟁적으로 CBDC(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 도입에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포함한 7개 중앙은행은 국제결제은행(BIS)과 함께 CBDC 실행 가능성을 평가하고 있다. 연준은 CBDC 최종 모델을 2년 뒤에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이들 기업에는 약 2년의 대비 시간이 주어진 셈이다.
월가 관계자는 "연준의 CBDC는 기존 시장 참여자와 무관한 디지털화폐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현재 민간 영역 사업자와 어떻게 관계를 설정할지가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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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 박용범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