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기계 제조가 우주산업?"…서학개미 우상 '돈나무언니' 투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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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CEO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현재 월가에서 가장 핫한 투자자인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CEO가 우주탐사 섹터에 투자하는 ETF를 새로 내놨다. 하지만 자사의 ETF에서 보유하고 있는 종목을 추가 매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돌려막기가 재연됐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또 넷플릭스 등 우주탐사와 연관성이 적어 보이는 종목의 비중이 높고, 버진 갤럭틱(Virgin Galactic)과 같은 종목은 지나치게 비중이 낮아 우주산업 ETF가 맞냐는 비아냥도 나온다.
수익률 부진하자 새 ETF로 추가 매수...돌려막기 논란
1일 증권가에 따르면 지난밤 뉴욕증시에서 ARK Space Exploration & Innovation ETF (ARKX)는 전일 대비 0.27달러(1.33%) 오른 20.5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ARKX는 지난달 30일 첫 거래를 시작해 이틀째 거래됐다.
ARKX는 캐시 우드가 5년간 연평균 20%의 수익률을 장담하며 내놓은 야심작이다. 그런데 ARKX의 투자 포트폴리오가 공개되자 논란이 일고 있다. 그동안 아크 인베스트먼트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던 돌려막기 의혹이 다시 확산하고 있다.
ARKX에서 가장 투자 비중이 높은 종목은 트림블(Trimble)로, 8.47%를 차지하고 있다. 트림블은 농업, 건축, 지리, 운송 관련 사업에 사용되는 소프트웨어·하드웨어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캐시 우드는 트림블의 GPS·매핑 기술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종목이 아크 인베스트먼트가 운영하는 또 다른 ETF인 ARKQ에서도 편입 비중 2위라는 점이다. 즉 ARKX로 들어온 고객 자금으로 트림블의 주식을 더 사서 주가가 오르면 ARKQ의 수익률도 덩달아 상승하게 되는 것이다.
또 ARKX에서 트림블에 이어 편입 비중 2위의 종목은 아크 인베스트의 3D 프린트 ETF(PRNT)다. 자신들이 운영하는 ETF를 대놓고 산 셈이다. 이외에도 편입 비중 10위 내 종목 중 크라토스(Kratos), 징둥닷컴(JD.com) 등이 ARKQ와 겹친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캐시 우드는 ARK 시리즈 ETF로 ARKK(혁신기업), ARKG(게놈 혁명), ARKW(차세대 인터넷), ARKF(핀테크), ARKQ(자율화 기술), ARKX(우주탐사) 등을 운용하고 있다. 테슬라는 ARKK, ARKW, ARKQ 등 3개 ETF에서 편입 비중 1위다. 이외에도 텔라닥(Teladoc), 스퀘어(Square), 스포티파이(Spotify), 로쿠(Roku) 등을 여러 ETF에서 중복해 담고 있다.
시장에서는 캐시 우드가 새 ETF로 모은 자금을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종목의 주가 부양에 쓰이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특히 최근 아크 인베스트먼트의 상황과 맞물려 의혹이 커지고 있다. 기술주들이 약세를 보이면서 최근 3개월 기준으로 ARKK는 -12.57%, ARKG -17.27%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거침없이 성장했던 아크 인베스트도 최근 자금 순유출에 시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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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가 왜 거기서 나와
엔비디아(편입비중 11위), 구글 지주사 알파벳(16위), 알리바바(24위), 넷플릭스(27위) 등 ARKX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기업들이 있다. 우주탐사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적어보이는 종목들이다.
이는 우주탐사산업과 관련한 후방산업, 수혜기업 등을 끼워넣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의 경우 인터넷에 접속이 안 되는 가정도 위성기술 발달로 넷플릭스 가입이 가능해지면서 수혜를 보게 될 것이란 식이다. 이같은 다양한 이유로 일본의 굴삭기업체 코마츠(Komatsu), 농기계업체 디어(Deere), 반도체 장비업체 테라다인(Teradyne), 전기차업체 워크호스(Workhorse) 등이 이 ETF에 편입됐다.
이미 상장돼있는 우주산업 관련 ETF인 Procure Space ETF(UFO)와도 포트폴리오가 큰 차이를 보인다. 캐시 우드도 ARKX와 UFO의 투자 대상은 트림블, 이리듐(Iridium), 가민(Garmin) 단 세 종목만 겹친다고 밝힌 바 있다. UFO의 구성 종목 80%는 우주관련 매출 비중이 50% 이상인 기업들이다.
당연히 들어가야 할 것으로 보이는 종목들을 사지 않거나 매우 소량 담은 부분들도 논란꺼리다. ARKX는 우주 관련 기업과 합병을 발표한 7개 스팩(SPAC) 가운데 단 2종목만 극히 소량 매수했다.
대표적인 민간 우주관광기업인 버진 갤럭틱의 편입 비중이 1.95%로, 20위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캐시 우드 CEO는 현재 포트폴리오가 모바일 연결과 초음속 비행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우주관광은 아직 먼 이야기이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김한룡 대신증권 연구원은 "ARKX ETF의 폭넓은 종목구성이 우주탐사에 특화된 ETF를 기대한 투자자들에게 실망스럽게 다가올 수도 있다"라며 "고도의 융복한 비즈니스로 다양한 첨단산업과 연결되어있는 우주산업의 특징을 반영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 kdk@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