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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130조 쥐고도 구경만"...삼성 '7만전자' 이유 있었네

작성자:     작성일시: 작성일2021-07-25 08:14:43    조회: 2,659회    댓글: 0

"현금 130조 쥐고도 구경만"...삼성 '7만전자' 이유 있었네

 

[출처]https://news.naver.com/main/read.naver?mode=LSD&mid=shm&sid1=105&oid=009&aid=0004828739

 

[MK위클리반도체] SK하이닉스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10조3000억원 규모의 미국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 인수 계약이 전 세계 반(反)독점 규제당국의 승인 문턱을 대부분 통과했다. 싱가포르 경쟁소비자위원회(CCCS·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는 지난 21일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 사업 인수를 무조건 승인했다. 이로써 SK하이닉스는 심사를 받아야 할 8개국(한국·미국·중국·유럽연합·영국·대만·브라질·싱가포르) 중 중국을 뺀 7개 나라에서 승인을 얻어냈다.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이 최근 대형 반도체 인수·합병(M&A) 계약에 까다로운 심사 잣대를 들이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이번 낸드 사업 인수는 독과점 가능성이 작아 중국의 불허 명분이 강하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지난해 전 세계 반도체 업계는 디지털 전환 호황을 타고 대규모 M&A 거래가 잇따라 터졌다. 작년 세계 반도체 M&A 규모는 1200억달러를 돌파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작년 7월 아날로그디바이스(ADI)가 자동차·서버용 반도체 기업 맥심 인티그레이티드를 210억달러에 인수했다. 현재는 중국의 훼방으로 지연되고 있지만 엔비디아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강자인 영국 ARM을 400억달러에 사들인다고 발표하며 반도체 업계 역사상 M&A 최대 기록을 세웠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4월에는 미국 마이크론과 웨스턴디지털(WD)이 일본 키옥시아(옛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인수전에 뛰어들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키옥시아는 결국 M&A 대신 기업공개(IPO)가 더 유력한 상황이지만 매물에 대한 반도체 업계 관심은 여전하다.

 

이런 가운데 인텔은 미국의 시스템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기업인 글로벌파운드리(GF)를 약 300억달러에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옛 AMD의 반도체 제조 부문이 분사한 GF는 대만 TSMC, 국내 삼성전자에 이은 첨단 파운드리 업체다. 인텔의 GF 인수가 성사될 경우 삼성전자와 TSMC 모두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반도체 업계 전반에서 몸집을 불리려는 경쟁사들의 시도가 끊이질 않는 와중에 삼성전자는 조용하기만 하다. 삼성전자는 2010년대 들어 활발한 먹성으로 M&A를 잇달아 펼쳤다. 2016년 9조4000억원에 인수한 미국 차량용 전자장비 기업 하만인터내셔널은 이 같은 M&A의 대미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5년여 동안 삼성전자는 M&A 잔치에 좀처럼 끼지 않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연이어 쏟아진 탓이다.

 

이러는 사이 삼성전자의 현금 보유액은 천문학적 단위로 늘어가는 추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의 현금성 자산(현금과 단기 금융상품 등)은 각기 수백억 달러에서 많게는 1000억달러를 훌쩍 넘긴다. 지난해 말 기준 구글은 1366억달러(약 156조9900억원), 마이크로소프트(MS)가 1365억달러다. 다양한 절세 수단을 동원해 공식 현금 보유액을 집계하기 어려운 애플은 무려 1955억7000만달러에 이르는 현금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1위 삼성전자는 어떨까. WSJ 집계에 따른 삼성전자의 현금성 자산은 1144억달러(약 131조원)다. 아마존(846억달러) 페이스북(622억달러) TSMC(281억달러) 인텔(238억달러)을 압도한다.

 

기업이 1년 내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의 합계치인 유동자산은 올해 1분기 기준 200조원을 넘어섰다. 20일 삼성전자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유동자산 총액은 1분기 말 기준 209조16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198조2200억원)에 비해 10조9400억원이 늘었다.

 

삼성전자는 업계 경쟁사에 비해 비정상적일 정도로 돈을 풀지 않고 있다. 이달 19일 주식시장 종가(약 531조원·4621억달러) 대비 삼성전자의 현금 보유액(1144억달러) 비중은 24.7%에 이른다. 이는 애플(8.2%) 구글(8.0%) 아마존(4.7%) 페이스북(6.5%) 인텔(10.7%) TSMC(5.1%)를 압도하는 수준으로, 그만큼 투자가 활발하지 않다는 방증이다.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공장. /사진제공=삼성전자

이 부회장이 올해 1월 국정농단 재판에서 실형 확정 판결을 받고 수감되면서 삼성의 시스템 반도체 투자도 멈춰 선 상태다. 이 부회장은 2019년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 선언을 통해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대만의 TSMC를 제치고 세계 1위에 오르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가 수감된 뒤 이는 청사진으로만 남아 있다. 그가 수감 전 착공한 평택3캠퍼스만 내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133조원 대신 2030년까지 17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올해 5월 계획을 수정했지만 170억달러짜리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 증설안은 4개월째 '검토 중'이다. 설상가상으로 삼성전자의 차세대 기술인 3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급 파운드리 공정은 개발이 지연돼 당초 일정보다 2년 늦은 2024년께 양산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많다.

 

이 사이 삼성전자의 최대 경쟁 회사들은 착착 움직이고 있다. TSMC는 올해 280억달러, 2024년까지 총 1280억달러를 파운드리 설비 투자에 쏟아붓는다고 올 초 선언했다. 360억달러 규모의 2나노급 미국 애리조나주 신공장도 작년 말 착공했다. 3나노 기술 상용화 일정도 내년으로 앞당기고 애플과 인텔이 벌써 3나노 반도체 고객사로 낙점돼 시제품을 만드는 중이다. 지난 3월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한 미국의 인텔도 200억달러를 투자해 애리조나주에 파운드리 공장 2곳을 짓기로 했다. 이 밖에 인텔은 독일과 벨기에, 네덜란드 등 서유럽권에 200억유로(약 27조1000억원)짜리 파운드리 공장을 짓는 방안을 두고 유럽연합(EU)과 보조금을 협상 중이다. 인텔은 장기적으로 이 공장에 총 10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창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KSIA) 부회장은 "반도체 투자, M&A 등 큰돈이 드는 사안은 기업을 책임지는 누군가가 결정해야 한다"며 "최고 결정권자인 이 부회장의 부재로 삼성의 의사결정 동력이 약해진 건 사실이다. 하루빨리 이 부회장이 복귀해 안정적으로 삼성을 끌어가는 게 맞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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