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다'고 뭇매 맞던 카뱅, 외인 매수에 '금융 대장주' 등극
[출처]https://news.naver.com/main/read.naver?mode=LSD&mid=shm&sid1=101&oid=008&aid=0004627751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카카오뱅크가 상장 첫날 KB금융을 제치고 금융대장주(株)에 등극했다.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를 형성하지는 못했지만 외국인 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되면서 주가는 20%대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입구에 카카오뱅크의 코스피 상장을 축하하는 조형물이 놓여져 있다. 2021.8.6/뉴스1
카카오뱅크가 상장 첫날 화려하게 데뷔했다. '따'(공모가 2배로 시초가 형성)에는 실패했지만 '상한가'는 달성했다. 금융 대장주는 물론 코스피 시가총액 11위(삼성전자 우선주 제외)에 올랐다.
6일 카카오뱅크는 시초가 대비 1만6100원(29.98%) 오른 6만9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카카오뱅크는 공모가(3만9000원)보다 37.7% 높은 5만3700원에 시초가를 형성했다. 상장 첫날 공모주의 시초가는 공모가의 90~200% 범위에서 정해진다.
개장 직후 카카오뱅크는 거래량이 급증하며 장중 5%까지 빠졌다. 그러나 이내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오후 내내 강세를 이어갔다. 결국 가격제한폭(29.98%)까지 올라 상한가로 마감했다.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은 33조1620억원이다. KB금융(21조7052억원)과 신한지주(20조182억원)를 제치며 금융 대장주에 등극했다. 신한지주와 하나금융지주(12조9855억원)를 합친 것과 맞먹는다.
전체 시총 순위는 코스피 11위다. POSCO(29조7307억원), 삼성물산(27조52억원) 등보다 높다. 시총 10위인 기아(34조6991억원)와 불과 1조5731억원 차이다.
카카오뱅크가 다음 거래일에서 상한가를 기록한다면 시총은 43조원을 넘는다. 셀트리온(37조4444억원)을 제치고 현대차(47조5412억원) 바로 밑에 위치하게 된다.
개인이 팔고 외국인이 샀다…"대어급 공모주 이례적"
상승 주역은 외국인이었다. 이날 외국인은 2254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이날 카카오뱅크는 SK바이오사이언스(449억원)을 제치고 압도적인 외국인 순매수 1위에 올랐다. 기관도 982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반면 개인은 홀로 3023억원을 팔아치웠다. 카카오뱅크는 이날 개인 순매도 종목 1위에도 등극했다.
실제 이날 매도 상위 창구에는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키움증권과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일반 청약을 진행한 주관사 및 인수단이 올랐다. 반면 매수 상위 창구에는 CS(크레디트스위스) 등 외국계 증권사가 올랐다.
외국인이 사고 개인이 파는 수급 양상은 이전 공모주와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통상 공모주 상장 첫날에는 외국인이 팔고 개인이 사들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지난 5월 상장한 SKIET(SK아이이테크놀로지)만 봐도 상장일 외국인은 3616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개인은 3525억원을 순매수했다.
하이브(구 빅히트)의 경우도 외국인이 593억원을 팔아치울 동안 개인은 2435억원을 사들였다. SK바이오팜도 개인이 479억원을 살 때, 외국인은 479억원을 팔았다.
더군다나 카카오뱅크는 기관 의무보유확약 비율(배정 물량 기준)도 59.82%로, SKIET(64.57%)나 SK바이오사이언스(85.26%)보다 낮은 수준이다. 특히 외국 기관의 확약 비율은 27.4%에 그쳤다.
낮은 확약 비율 때문에 SKIET처럼 외인 차익실현 매물이 상장 직후 주가를 끌어내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은행' vs '플랫폼' 논쟁…상장 첫날은 '플랫폼' 승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오히려 외국인 자금이 몰리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공모주 투자를 전문적으로 해온 이경준 혁신투자자문 대표는 "대어급 공모주 상장 첫날 외국인이 사들였다는 사실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국내 모바일 인프라 및 전환 속도 등을 고려해봤을 때 카카오뱅크의 추가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본 듯하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금융 플랫폼'으로서의 카카오뱅크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는 분석이다. 카카오뱅크는 역대 최대 주문금액이 몰린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도 해외 기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끈 바 있다.
앞서 카카오뱅크의 상장을 앞두고 고평가 논란을 겪었다. 특히 증권업계에서는 카카오뱅크를 '은행' 또는 '플랫폼'으로 볼 것인지를 두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은행'에 초점에 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공모가가 고평가됐다는 의견을 펼쳤다. 일부 증권사는 투자의견 '매도'를 제시하기도 했다. PBR(주가순자산비율)이 1배에 못 미치는 시중 상장은행을 고려할 때 PBR 3배가 넘는 카카오뱅크의 공모가가 너무 높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날 카카오뱅크 주가는 급등했다. 공모가와 비교해도 78% 이상 올랐다. 결국 투자자들의 선택은 '플랫폼'이었다는 얘기다.
한 외국계 IB(투자은행) 관계자는 "수요예측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예상만큼 배정을 못 받은 해외 투자자들이 상장 초반 몰린 듯하다"며 "테크핀이라는 카카오뱅크 특유의 포지션과 시장에서의 리더십이 해외 투자자들 사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를 금융 플랫폼으로 바라본 이들은 향후 성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는 '금융 플랫폼'의 확장성을 보유한 은행"이라며 "지난 4년 동안 카카오뱅크가 혁신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보여준 성장상과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상장 첫날 거래대금 1위…한투 MTS 접속 지연도
이날 카카오뱅크의 거래대금은 3조7490억원으로, 국내 증시 상장 종목 가운데 가장 많았다. 2위인 삼성전자(1조873억원)의 3배 이상이었다.
거래량은 5937만9761주로, 상장일 유통 가능 물량(1억712만주)의 55.4%였다. 유통 가능한 주식의 절반이 넘게 거래된 셈이다. 상장일 기준 카카오뱅크의 유통 가능 주식 비율은 22.6%다.
일부 증권사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는 접속 지연도 발생했다. 한국투자증권 MTS는 이날 오전 1시간 반가량 '서비스가 지연 상태입니다'또는 '자동 로그인에 실패했다'가 나오며 접속이 되지 않았다. 인수단인 한국투자증권은 KB증권 다음으로 일반투자자 청약배정 물량이 많았다.
한국투자증권은 접속 지연으로 불편을 겪은 투자자들에게 접수를 통해 보상한다는 입장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홈페이지 고객의소리를 통해 접수하면 보상 지급 기준에 의거 검토 후 보상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민수 기자 (fullwater7@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