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동결했지만... 곧 2%까지 올린다고 예고한 이주열
[출처]https://news.naver.com/main/read.naver?mode=LSD&mid=shm&sid1=101&oid=469&aid=0000660261
연내 1.75~2.0% 인상 강력 시사한 한은
예상 넘는 고물가에 추가 대응 예고
우크라 변수도 고려 없이, 긴축만 강조 지적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임기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동결을 결정한 직후, 올해 기준금리를 두세 차례 더 올릴 수 있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쳤다.
빠른 물가 인상과 오미크론 확산세 등 불확실성 증가로 금리 인상을 한 차례 쉬어가지만, 한은의 올해 통화 정책 기조는 긴축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다만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한은이 지나치게 긴축 기조를 강조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물가 전망을 쇼크 수준인 3%대로 올려놓고도, 올해 우리 경제가 3% 성장을 할 것이라는 기대도 다소 낙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25%로 동결했지만... "연내 2%까지 갈 수 있다"
이 총재는 24일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한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금통위원 다수는 경기와 물가, 금융불균형 흐름 등을 감안할 때 통화정책 완화 정도를 지속적으로 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금통위원들은 만장일치로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했는데, 올해 추가로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데는 의견을 모았다는 뜻이다.
이 총재는 올해 기준금리가 연 2%에 도달할 것임을 강하게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연내 한은이 기준금리를 두세 차례 더 올려 연 1.75~2.0%에 이를 것이란 앞선 시장의 전망'을 평가해 달라는 질문을 받고 "시장의 기대가 합리적인 경제 전망을 토대로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시장과 한은의 시각에 큰 차이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금리를 한 번 더 올려 1.5%가 돼도 여전히 완화적"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비록 이달엔 동결했지만, 조만간 추가로 금리를 올리겠다는 뜻을 강하게 시사한 것이다.
그래픽=김문중 기자
'물가쇼크'에 대응 총력 예고... 러-우크라는 변수로
특히 이 총재는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를 언급하며, 이에 대한 통화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물가 안정을 위해 한은이 향후 금리를 인상할 요인이 더 커졌다는 뜻이다. 이날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1%로 제시하며, 지난해 11월(2.0%) 이후 석 달 만에 1.1%포인트나 올리기도 했다.
이 총재가 추가 금리 인상을 강하게 시사하자, 시장의 관심은 한은이 언제 다시 긴축 행보를 재개할지에 쏠리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는 오는 4월 14일과 5월 26일 예정돼 있다.
시장 안팎에선 새 한은 총재가 주재하는 5월 이후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한 차례 인상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해 8월 이후 지난달까지 금리를 세 차례 인상한 만큼, 당분간 금리 인상에 대한 효과를 지켜볼 것이란 예상이다. 이 총재도 "금리를 앞서 세 번 올렸으면 인상 효과를 지켜볼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라며 "금리 인상 기조하에서 파급효과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선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 단행이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정학적 리스크에 글로벌 교역이 위축되며 국내 수출 등에 악영향을 줄 경우, 한은이 계획대로 고강도 긴축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퇴임을 앞둔 이 총재가 우크라이나 변수를 고려치 않고, 시장에 너무 강한 긴축 신호를 보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와 서방이 전면전을 치를 경우, 물가와 글로벌 경제 성장 전망은 모두 뒤바뀌게 될 것"이라며 "한은의 긴축 시그널이 너무 강하고, 다소 섣불렀다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